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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와의전쟁 리뷰 (인맥 카르텔, 실력 생존, 배신의 인과)

by seokmoney 2026. 4. 9.

출처: 네이버 영화 공식 포스터

직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실력 덕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한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범죄도시를 보면서, 그 믿음이 얼마나 단순한 낙관이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19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이 범죄 드라마는 비리 세관 공무원과 조폭 두목이 손잡고 지하 세계를 장악하다 몰락하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한 조폭 영화인 줄 알았는데, 보고 나니 제 회사 이야기였습니다.

인맥 카르텔: 족보로 쌓은 권력의 민낯

영화의 핵심 구조는 로비스트와 실력자의 결합입니다. 로비스트란 정치·경제적 인맥을 활용해 외부의 힘을 끌어오는 사람을 뜻하는데, 최익현이 바로 그 역할입니다. 그는 공권력을 자기 집 안방처럼 활용하는 인물로, "어저께도 서장이랑 밥 먹고 사우나 갔다"는 식의 과시로 존재감을 키웁니다. 반면 최형배는 압도적인 물리력으로 이권을 장악하는 실질적 실력자입니다.

두 사람이 같은 '경주 최 씨' 종친이라는 족보를 앞세워 가족주의를 연출하는 장면은, 제가 회사에서 보아온 풍경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습니다. 저희 팀에도 특정 이사님과 같은 고향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급격히 가까워진 동료가 있는데, 그 동료가 받는 기회의 양이 달라지는 것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이른바 지연 카르텔, 쉽게 말해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한 배타적 이익 집단이 실력보다 먼저 작동하는 구조입니다.

영화는 이 구조의 작동 방식을 아주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연고주의, 즉 능력과 무관하게 혈연·지연·학연 등 사적 관계를 우선시하는 채용과 배분 방식이 어떻게 조직을 부패시키는지, 익현과 형배의 황금기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여기서 연고주의란 단순히 친한 사람을 챙기는 수준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 자체를 무력화하는 구조적 문제를 의미합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인사 결정에서 연고가 실력보다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행정연구원).

이 수치를 보면서 저는 씁쓸했습니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데이터로도 입증되는 현실이었으니까요.

실력 생존: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끝까지 남는다

영화 중반, 익현이 스스로 조직의 실세인 양 행동하면서 균열이 시작됩니다. 이 장면이 저는 유독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익현의 진짜 자산은 인맥과 화술이었지, 조직을 자체적으로 운영할 역량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형배 없이는 그의 로비는 껍데기에 불과했습니다.

직장에서 저는 비슷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현재 저희 팀에는 이사님 라인으로 움직이는 흐름과, 과장님처럼 업무 역량으로 입지를 다지는 흐름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주변 동료 중에는 라인을 타는 것이 더 빠르다고 판단해서 이사님 눈에 들기 위한 행동을 우선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결국 과장님 쪽을 선택했는데, 그 이유가 정확히 이 영화에서 나옵니다.

핵심 인재는 개념이 있습니다. 핵심 인재란 조직에서 특정 역할이나 기능을 다른 누군가로 대체하기 어려운, 전문성과 경험이 집약된 사람을 의미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인맥 좋은 사람 열 명보다 이 한 명을 잃는 것이 더 두렵습니다. 실제로 매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의 연구에 따르면 핵심 인재 1명의 생산성은 평균 수준 직원 대비 최대 8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출처: McKinsey Global Institute).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도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이번 한 번 만이라는 핑계로 이사님께 아부를 부려볼까 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 분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과장님이 하신 말씀이 걸립니다. 작은 부정직함이 쌓이면 나중에는 스스로 통제가 안 된다고요. 익현이 딱 그 경로를 밟습니다. 처음에는 히로뽕 한 번 만이라는 작은 일탈로 시작했지만, 결국 자신이 만든 게임에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게 됩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핵심 메시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인맥으로 쌓은 권력은 상대가 이익을 잃는 순간 즉시 붕괴된다
  • 조직 내 실질적 기여도가 없는 로비는 결국 수명이 짧다
  • 대체 불가능한 역량을 갖춘 사람이 위기 상황에서 끝까지 살아남는다

배신의 인과: 결말이 씁쓸한 이유

범죄도시가 단순한 범죄 오락 영화가 아닌 이유는 결말에 있습니다. 익현은 형배를 검사에게 넘기는 조건으로 자신의 형량을 줄이고, 세월이 흘러 아들을 검사로 키워 상류층의 삶을 유지합니다. 언뜻 보면 익현이 이긴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결말을 다르게 읽었습니다. 익현이 손자의 돌잔치에서 평화로운 노년을 보내는 장면에서, 갑자기 형배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오며 영화가 끝납니다. 이 연출은 명시적인 응징 없이도 배신의 공포가 평생 따라온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인과응보(因果應報)란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가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개념인데, 영화는 그것을 총성이나 폭력이 아닌 '기억'과 '공포'의 형태로 구현합니다. 여기서 인과응보란 단순한 도덕적 교훈이 아니라, 배신으로 형성된 심리적 부채가 평생 정산되지 않는 상태로 남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직접 느낀 것도 비슷합니다. 이사님한테 한 번쯤 아부를 부려봤을 때, 그 자체가 큰일은 아니어도 이후에 과장님 앞에서 불편한 감각이 계속 남았습니다. 부정직함은 청산되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제 경험상 이건 꽤 분명히 느꼈습니다.

영화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노태우 대통령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라는 실제 역사적 사건 위에 인물들의 몰락을 얹은 방식은 그 시대성을 훨씬 넘어섭니다. 서사의 개연성이 높다는 뜻인데, 개연성이란 이야기 속 사건이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하다고 관객이 납득하는 정도를 가리킵니다. 조폭과 비리 공무원의 결탁이 실제 사회 구조를 반영하기 때문에, 관객은 허구임을 알면서도 씁쓸하게 공감하게 됩니다.

범죄도시는 악당들의 전성기를 화려하게 그리면서도, 그 화려함 뒤에 실력 없는 권력이 얼마나 빠르게 무너지는지를 냉정하게 기록합니다. 직장에서 줄을 서야 하나 실력을 쌓아야 하나 고민하는 분이라면, 이 영화를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익현의 선택과 형배의 절규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이야기로 들릴 것입니다. 살아남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라는 말은 맞지만, 무엇으로 살아남느냐가 결국 그 사람의 나머지 인생을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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