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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시트 리뷰 (재난영화, 기술과조화, 메시지)

by seokmoney 2026. 3. 26.

출처: 네이버 영화 공식포스터

취업 준비에 지쳐 있던 시절, 저도 주변에서 "그런 쓸데없는 거 하지 말고 취업이나 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당시 제가 악력기를 매일 쥐고 다니던 모습이 누군가에겐 한심해 보였겠죠. 그런데 영화 '엑시트'를 보면서 주인공 용남의 모습에서 과거 제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재난영화라고 하면 눈물 짜내기식 신파와 비장한 희생이 등장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엑시트는 그런 틀을 완전히 깨버린 작품이었습니다.

재난영화의 고정관념을 깬 신선한 설정

엑시트는 도심 전체를 뒤덮는 유독가스라는 소재를 활용합니다. 여기서 유독가스란 지면에서부터 위로 차오르며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화학물질을 의미합니다. 영화 속 가스는 피부 괴사와 호흡곤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는 무조건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만 하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일반적으로 재난영화는 군인이나 소방관 같은 전문가가 주인공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엑시트의 주인공 용남은 그저 백수입니다. 대학 산악부 출신이지만 졸업 후 몇 년째 취업에 실패한 그는 가족들에게 눈칫밥만 먹는 신세 죠. 어머니의 칠순 잔치를 위해 후배 의주가 일하는 연회장을 일부러 예약한 것도, 사실 그녀를 만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이 설정이 굉장히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팔씨름 실력을 키우겠다고 악력기를 들고 다녔을 때, 부모님도 친구들도 "그게 뭐가 되냐"며 구박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나중에 소방공무원 준비할 때 체력시험의 악력 항목에서 그 노력이 빛을 발했죠. 용남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원에서 철봉 운동하고 클라이밍 연습하던 그 시간들이, 결국 가족 전체를 살리는 결정적인 생존기술이 된 겁니다.

클라이밍 기술과 생활 밀착형 서바이벌의 조화

영화의 핵심은 단연 클라이밍액션입니다. 클라이밍이란 암벽이나 건물 외벽을 손과 발로 타고 오르는 등반 기술을 뜻합니다. 용남은 옥상 문이 잠긴 상황에서 건물 외벽의 돌출물만을 잡고 맨몸으로 수십 미터를 올라갑니다. 이 장면은 와이어 액션이 아닌 실제 배우의 몸을 활용한 연기라는 점에서 더욱 긴박감을 줍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 영화가 정말 뛰어난 건 전문 기술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용남과 의주는 주변의 쓰레기봉투, 고무장갑, 박스테이프 같은 일상 재료들을 활용해서 즉석 방호복을 만듭니다. 예전에 제 친구가 재활용품으로 이것저것 만들어서 보여줬을 때 저는 웃으면서 넘겼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야 그 친구의 창의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영화 속에서 드론의 역할도 인상적입니다. 드론이란 무선 조종이 가능한 무인 항공기를 말하는데, 영화에서는 유튜버들과 방송사의 드론이 두 사람의 탈출을 생중계하면서 동시에 길을 밝혀주고 풍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한국 재난영화 특유의 억지 감동 대신, 현대 기술과 대중의 관심이 생존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보여준 것이죠.

주요 생존 전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클라이밍 기술로 건물 외벽을 타고 옥상 문 개방
  • 쓰레기봉투와 테이프로 만든 즉석 방호복
  • 드론을 활용한 실시간 정보 수집과 경로 안내
  • 다른 건물 생존자들과의 협력 및 양보

이런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엑시트는 단순한 액션 영화를 넘어 '머리 쓰는 서바이벌'로 완성됩니다(출처: 네이버 영화).

조정석과 임윤아의 케미, 그리고 전하는 메시지

일반적으로 재난영화의 주연은 근육질 액션 배우라고 알려져 있지만, 조정석 배우는 짠내 나는 백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능청스러운 연기와 절박한 순간의 진지함이 교차하면서, 관객은 그에게 자연스럽게 감정이입하게 됩니다. 임윤아 배우 역시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으로 의주라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한국 재난영화의 틀을 바꿨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개봉 당시 940만 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한 것도 이런 신선함 덕분이었을 겁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신파 없는 재난 서사, 유쾌한 긴장감, 그리고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건전함까지 갖춘 작품은 드물거든요.

영화가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세상에 쓸모없는 기술은 없다"는 것입니다. 용남이 백수 시절 갈고닦은 클라이밍 실력이 결국 가족을 구했듯이, 제가 고등학생 때부터 쥐고 다녔던 악력기도 나중에 소방공무원 시험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당장 돈 안 되고 쓸모없어 보이는 재능이나 취미라도, 언젠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를 증명하거나 타인을 돕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영화에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악역이 가스를 살포하는 동기나 과정이 다소 생략되어 개연성이 약하다는 의견도 있고, 스토리가 단순해서 깊이 있는 메시지를 기대한 분들에겐 아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엑시트의 목적은 철학적 성찰이 아니라 통쾌한 카타르시스와 긍정적인 에너지 전달이었다고 봅니다.

엑시트를 보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남들 눈엔 쓸모없어 보여도, 나 자신을 믿고 끝까지 밀고 나가야겠다고요. 용남처럼 말이죠. 나의 길은 내가 개척해 나간다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재난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싶다면, 엑시트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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