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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이파이브" 리뷰 (장기이식이 만든 히어로, 공동체의 시너지, 보이지 않는 헌신)

by seokmoney 2026. 3. 19.

출처: 네이버 영화 공식 포스터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능력이 정말 특별한 사람들만의 것일까?" 하이파이브는 장기 이식을 받은 평범한 다섯 명이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코믹 액션 영화입니다. 2025년 5월 개봉한 이 작품은 화려한 CG보다는 사람 냄새나는 서사로 K-히어로물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장기이식이 만든 우연한 히어로들

영화는 의문의 장기 기증자 한 명의 죽음에서 시작됩니다. 그의 장기를 이식받은 다섯 명은 각자 이식받은 부위에 따라 전혀 다른 초능력을 갖게 됩니다. 여기서 장기 이식이란 기능을 상실한 장기를 건강한 장기로 대체하는 의료 시술을 말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이 과정이 초능력 전이라는 판타지 설정으로 확장됩니다.

심장을 이식받은 완서는 괴력과 스피드를, 각막을 받은 기동은 전자기파를 조종하는 능력을, 폐를 받은 지성은 엄청난 폐활량을 얻게 됩니다. 특히 신장을 이식받은 선녀는 일종의 '증폭기' 역할을 하는데, 쉽게 말해 다른 멤버들의 능력을 연결하고 강화하는 인간 배터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간을 받은 약선은 치유 능력을 갖게 되고요.

저는 최근 어머니가 갑자기 아프셨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어머니를 업고 응급실로 달려갔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평소에 들 수 없는 무게를 들어 올렸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만드는 힘, 그게 바로 진짜 초능력이 아닐까 싶었거든요.

공동체 의식이 만들어낸 시너지

영화의 제목이자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바로 '하이파이브', 즉 손을 맞잡는다는 행위에 있습니다. 처음에 멤버들은 각자 자신의 능력을 개인적인 이득이나 호신용으로만 쓰려고 했습니다. 완서는 아버지의 과보호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기동은 백수 신세를 벗어나려 했죠. 하지만 빌런 영춘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영춘은 췌장 이식 후 생명력 흡수능력을 얻어 젊음을 되찾은 사이비 교주입니다. 여기서 생명력 흡수란 타인의 생체 에너지를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으로, 영화에서는 이를 통해 늙은 교주가 젊은 모습으로 변신합니다. 그는 영생을 위해 나머지 멤버들의 능력까지 모두 빼앗으려 하고, 이 과정에서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서로를 의심하게 됩니다.

저는 최근에 동생의 일을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업무였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야 했기에 집중해서 해냈습니다.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텐데, 동생과 함께 역할을 나누고 협력하니 예상보다 훨씬 빨리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이파이브의 멤버들도 비슷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각자의 개성이 희생되는 게 아니라, 연결을 통해 완성된다는 것을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선녀가 멤버들의 손을 잡고 능력을 하나로 연결하는 장면은 이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전달합니다. 시너지 효과란 개별 요소의 합보다 더 큰 결과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말하는데, 영화는 이를 초능력 액션으로 풀어냅니다(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기동의 전자기기 해킹, 지성의 돌풍, 완서의 괴력이 합쳐지면서 영춘의 야욕을 저지하는 장면은 단순한 액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헌신에 대한 감사

이 영화에서 제일 중요하게 봐야 할 지점은 멤버들의 초능력이 근본적으로 어디서 왔느냐는 겁니다. 누군가의 안타까운 죽음과 숭고한 장기 기증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영화는 절대 잊지 않습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장기 기증 희망 등록자는 약 170만 명에 달하지만,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적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장기이식관리센터).

하이파이브는 이 통계 뒤에 숨겨진 생명의 소중함과 타인에 대한 감사를 자연스럽게 환기시킵니다. 멤버들이 능력을 쓸 때마다 그 능력이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임을 상기하게 만드는 장치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약선이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유할 때마다 자신의 몸에도 부담이 온다는 설정은 '받은 것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우리 삶에도 이런 보이지 않는 헌신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부모님이 묵묵히 해주신 일들, 직장 동료가 대신 처리해 준 업무들, 친구가 들어준 고민들. 이런 것들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하이파이브는 초능력이라는 판타지를 통해 보여줍니다.

강형철 감독 특유의 리듬감 있는 연출도 빛을 발합니다. <써니>, <스윙키즈>에서 보여줬던 음악과 화면의 조화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휘됩니다. 초능력 액션 장면에서도 마치 안무를 짜듯 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연출은 강형철 월드의 팬이라면 만족할 만합니다. 라미란, 안재홍, 김희원 같은 믿고 보는 조연 배우들의 케미도 웃음 포인트를 제대로 살립니다.

다만 할리우드급 대규모 CG를 기대하신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지향점은 화려한 폭발이나 도시 파괴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아기자기한 액션이니까요. 또한 다섯 명의 주인공 서사를 고루 담다 보니 초반 전개가 다소 느긋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이파이브는 초능력이 특별한 존재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와 사랑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리 삶에서도 조그마한 초능력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가족을 위해 저녁을 차리는 일, 친구의 이사를 도와주는 일, 낯선 사람에게 길을 친절히 알려주는 일. 이 모든 게 어쩌면 우리만의 초능력일지도 모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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